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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단추를 바로 채우자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땅


배고프면 나무에 열린 열매를 그냥 따서 먹고, 잠이 오면 동굴 속에 들어가서 쿨쿨 자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의 사람들은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하나님이 내려 주신 음식만을 먹고 살았던 시절에는, 적어도 먹을 것 때문에 사람이 병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은 많이 먹고, 어떤 사람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해서 굶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까마득한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퇴비와 객토를 이용한 농사를 지었다. 전통적인 농사법 중의 하나인 거름을 주는 퇴비와 한 해 농사로 지친 땅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객토로 우리의 땅은 건강하고 오염 없는 땅의 기운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아낌없이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다. 농사꾼은 자식을 대하듯 정성껏 땅을 보살폈고 그 보살핌을 받은 땅은 풍족한 수확물로 몇 배의 기쁨을 농부에게 되돌려 주었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니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가 먹을 것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땅 위에 먹을 것이 철철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먹을 것을 가려내야 하는 고민에 사로잡히게 된 것일까?

한 해를 시작하는 신년 하례식 자리에서는 흔히 이런 말들을 한다. 다소 형식적이긴 하지만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는 ‘첫 단추를 잘 채우자’ 라는 말이다.


새해 첫날부터 바르게 살아야 그 다음 날이 바로 선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급히 옷에 단추를 채우다가 마지막 단추의 구멍이 없어 당황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더 맛있는 집을 찾아 다니고, 더 화려한 빛깔의 음식으로 사람들 입맛을 유혹하는 오늘날의 먹거리는 건강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분명 문제점이 많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법, 과연 음식의 첫 단추는 언제부터 잘못 끼워진 것일까?



땅은 사람의 몸과 같다


인삼은 보통 6년 근을 최고로 친다. 그렇다면 왜 10년이나 20년, 아니 100년 근의 인삼이 없는 것일까? 가끔씩 신문에 나는 자연산 산삼은 천년 묵은 것까지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바로 인삼을 심은 땅에 있다. 인삼을 심은 땅의 지력이 1년 정도면 1년 근이 나오고, 6년 정도가 되면 6년 근이 나오는 것이다. 그 이상을 놓아두면 인삼을 키우는 땅의 지력이 다했기 때문에 인삼은 썩어버린다.

인삼을 비롯해 땅 속의 영양성분을 먹고 자라는 수많은 식물들은 제각기 흙이 가진 힘에 비례해 열매를 맺게 된다. 땅도 사람의 몸처럼 숨을 쉬고 있으며 사람마다 건강을 가늠하는 근력이 다르듯이 땅 또한 지력이 다르다. 지력이 좋은 땅은 건강하고 근력이 좋아 실제 나이보다 몸의 나이가 훨씬 젊어 보이는 사람과 같다.


화학비료의 등장이 고통의 시작


화학비료가 없던 시절에는 농사에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 상태에서 그저 자라는 대로 거두어 먹었다. 그런데 1940년대에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화학비료가 등장했다. 흥남 화학비료 공장이 그 시초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비료가 이른바 농사에 혁명적인 사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쌀 세 가마니가 나오던 논에서 화학비료를 뿌린 후 네다섯 가마가 나오니 저절로 어깨춤이 나올 판이었다. 그 시절에는 이 화학비료를 ‘금비’라고 불렀다. 돈을 몰고 오는 비료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바로 단추가 잘못 끼워지게 되었다. 금비라는 이 물건이 바로 화근이 되어버린 것이다.


비료는 질소, 칼륨, 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무궁무진한 자연 성분 중 극히 일부로,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 화학비료를 만든 것이다. 이른바 땅의 영양제인 셈이다.

처음에 건강하던 땅은 이 화학비료가 투여되면서 토양이 균형을 잃기 시작해 서서히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 틈을 타 병충해가 생기자 이번에는 해충을 잡아내기 위해 농약이 개발되고 말았다. 이것이 두 번째로 잘못 끼워진 단추다.


농약을 무자비하게 살포해서 병충해를 잡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농약 때문에 잘 자라야 할 착한 풀은 자라나지 못하고 오히려 저항력이 좋은 잡초만 무성해지게 된다. 그래서 제초제를 개발하게 된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초제는 농약보다 더 독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비료, 농약, 제초제에 의해서 경작되는 농산물을 먹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독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흙, 가축, 그리고 사람의 몸


묘하게도 이 비료의 시대에 가축영양학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가축은 사람들이 고기나 짐승의 젖 등을 얻기 위해 식용으로 사육하고 있다. 비료를 구성하는 3대 요소처럼 가축도 3대 영양소 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분리된다. 가축영양학이 이렇게 시작해 이것을 기본으로 한 사료를 가축에게 먹인다. 그러나 보니 가축의 몸무게는 더 나가게 되었지만 몸에 균형이 깨어지고 각종 병해로부터의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병충해가 생기듯이 각종 질병이 만연하게 되고 결국 항생제가 필요하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화학비료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와 똑 같은 사이클이다. 이렇게 경작되고 사육되는 식물과 동물은 어디로 가는가? 바로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 사람의 살과 뼈가 되는 것이다. 저항력이 떨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당연히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다. 그러니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우리의 흙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사람의 건강을 대문에 비교해 보자. 대문이 튼튼하고 담장이 잘 쳐진 집과 대문이 없는 허술한 집을 비교해보자. 어느 집에 도둑이 더 잘 들어갈 수 있을까? 도둑을 질병으로 비유하면 우선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집 안팎을 챙겨야 하는 게 정석이겠지만 만약에 들어와서 맞닥뜨렸다면 잘 달래어서 몇 푼 쥐어 보내는 게 상책이다. 죽기살기로 싸워봤자 몸에 상처만 남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땅을 위해 화학비료를 쓰지 말고 퇴비를 주고 객토를 해서 땅을 살려내야 한다. 어머니 젖가슴처럼 보드라운 흙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란 식물은 벌레에게 조금씩 나눠주어도 된다. 벌레는 그것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벌레가 살고 있어야만 땅이 건강해지고 농약이 필요 없게 된다. 그래서 벌레는 자신의 노임을 받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농약이 없어지고 잡초보다 농작물이 더 잘 자라게 되면 제초제를 뿌릴 필요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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